20년 넘게 정든 단독주택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 분명 5톤 트럭 한 대면 충분하다는 견적을 받았는데 이사업체는 도착하자마자 "이 짐은 다 못 싣습니다. 1톤 트럭 한 대를 추가해야 하니 추가 비용을 내셔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분명 방문 견적까지 받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수많은 단독주택 이사 현장에서 반복되는 이 문제의 원인은 바로 고객도, 심지어는 경험 없는 견적 담당자도 놓치기 쉬운 '숨은 공간'에 있습니다.
이사 비용을 두 배로 만드는 '숨은 공간'의 함정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숨겨진 공간이 매우 많습니다. 이사 견적 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대표적인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실/창고: 지금은 쓰지 않는 오래된 가구나 가전, 계절용품, 각종 공구 등이 수년간 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옥상/마당: 크고 무거운 항아리, 수십 개의 화분과 흙, 직접 만든 선반이나 평상 등 처리가 까다로운 물건들의 집합소입니다.
다락방: 자녀들이 어릴 때 쓰던 책이나 장난감, 추억의 물건들이 먼지와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평소에 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고객 스스로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짐이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숨은 짐'이 추가 비용을 유발할까?
문제는 이 '숨은 짐'들이 단순한 잡동사니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첫째, 부피와 무게가 상당합니다. 옥상에 있는 항아리와 화분들은 그 자체로 매우 무거워 여러 명이 함께 옮겨야 하고, 트럭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바닥짐'에 해당합니다.
둘째, 오염도가 높습니다. 지하실의 묵은 먼지, 화분의 흙, 마당의 벽돌 등은 깨끗한 실내 짐(옷, 이불 등)과 함께 포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별도의 포장재와 인력이 필요하고, 작업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견적 당시 파악했던 짐의 양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차량이 필요하게 되므로 이사업체는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분쟁을 막는 '정확한 견적'의 기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분쟁을 막고 기분 좋은 이사를 할 수 있을까요? 해답은 '투명한 소통'에 있습니다.
모든 공간을 '먼저' 열어서 보여주세요.
견적 담당자가 묻기 전에, "저희 집은 지하실과 옥상에도 짐이 많으니 꼭 확인해주세요"라고 먼저 안내해야 합니다. 문이 잠겨 있다면 반드시 열어서 내부를 모두 보여주고, 어떤 짐을 가져가고 어떤 짐을 버릴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최저가'보다 '정확한' 견적을 선택하세요.
숨은 짐을 대충 보고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는 이사 당일 추가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99%입니다. 반면, 경험 많은 전문가는 지하실이나 옥상에 대해 먼저 질문하고, 짐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여 현실적인 견적을 제시합니다. 당장은 비싸게 느껴져도, 이사 당일의 분쟁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이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입니다.버릴 짐은 확실하게 처분하세요.
가져가지 않을 무거운 가구나 폐기물은 견적 전에 미리 버리거나, 버릴 것이라고 명확하게 표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사할 때 버려주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오해와 추가 비용의 원인이 됩니다.
단독주택 이사의 성공은 단순히 짐을 옮기는 기술에만 있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짐을 정직하게 공개하고, 업체와 정확하게 소통하여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