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용달이사나 원룸이사 같은 소형 이사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화나 사진만으로 견적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면 큰 후회로 남는, 성공적인 소형 이사를 위한 9가지 필수 체크리스트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알려드립니다.
1. 이사 전 계약서 확인: '청소 특약' 분쟁의 시작점
이사 당일, 이삿짐을 다 뺐는데 집주인과 청소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보증금을 돌려주기 전에 청소비 10만 원을 내라"는 식의 분쟁은 이사 전체를 지연시키는 골칫거리입니다. 이사를 나오기 전, 현재 집의 임대차 계약서에 포함된 '청소 관련 특약'을 반드시 다시 확인하세요. 간단한 먼지 제거인지, 전문 청소 수준인지, 아니면 비용 지불인지 미리 파악해야 불필요한 언쟁과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사진 견적의 함정: 내 애장품, 미리 알리지 않으면 '잡동사니' 취급
사진 견적은 편리하지만, 사진만으로는 내 물건의 가치를 알 수 없습니다. 업체는 짐의 전체적인 양만 파악할 뿐, 어떤 신발이 한정판이고 어떤 가방이 명품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 이사업체는 수십만 원짜리 운동화를 큰 박스에 다른 신발과 함께 쏟아부어 담거나, 명품 가방을 등산 가방처럼 눌러 담을 수도 있습니다. 고가품이나 아끼는 물건이 있다면, 반드시 견적 단계에서 "이것들은 특별히 조심히 다뤄주세요"라고 명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3. 주차 공간 확보: 관리사무소 재확인과 이웃 양해는 필수
한두 달 전에 관리사무소에 이사 예약을 했더라도, 이사 2~3일 전에 다시 한번 확인 전화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의사 전달 과정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사 전날 저녁에는 사다리차나 트럭이 주차할 공간에 다른 차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차주의 연락처를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우리 집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이웃 건물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면, 최소 하루 전에는 음료수라도 들고 찾아가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당일 갑작스러운 통보는 이웃과의 큰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추가 비용 발생 조건: 특약 사항에 명시하기
특히 사진 견적으로 진행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사진에 없던 짐이 나오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와 같은 막연한 조건 대신, "장롱 1개 추가 시 O만 원", "계단 작업 시 O만 원"처럼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하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추가 비용이 없다는 내용을 계약서 특약 사항에 기입하는 것이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5. "짐 다 뺐다"는 말에 그냥 나오지 마세요: 서랍 하나하나가 관건
이사업체에서 짐을 다 뺐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특히 장거리 이사(예: 서울에서 부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싱크대 상부장, 붙박이장 서랍, 신발장 깊숙한 곳 등 놓친 공간이 없는지 직접 모든 문을 열어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확인을 소홀히 해 부산에 도착한 뒤에야 놓고 온 물건을 발견한다면, 그 책임 소재를 따지기 매우 애매해지며 서로 얼굴 붉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6. 두고 가는 짐 명확히 표시하기: 포스트잇 한 장의 힘
새집에 가져가지 않을 물건에는 'X' 또는 '두고 가는 짐'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이나 스티커를 눈에 잘 띄게 붙여두세요. 이사 팀은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므로, 한 사람에게만 구두로 전달하면 정보가 공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V 리모컨, 집 열쇠, 에어컨 리모컨처럼 작지만 중요한 물건들은 이삿짐에 섞이지 않도록 미리 내 가방이나 주머니에 따로 챙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7. 인터넷·정수기 기사 방문 시간 조율: 이사 후에 부르는 게 상책
인터넷, TV, 정수기, 에어컨 등 설치 기사 방문은 가급적 이사가 모두 끝난 '오후 4시 이후'로 예약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이사 중간에 와야 한다면, 이사 당일 아침에 업체에 "오후 1시에 인터넷 기사님이 오시니 관련 물품(셋톱박스 등)은 트럭 맨 나중에 실어주세요"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트럭 깊숙이 실린 짐을 찾기 위해 다른 짐들을 전부 내려야 하는 대공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8. 폐기물 처리: 스티커가 업체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오래된 가구나 가전을 버릴 때, 귀찮다는 이유로 폐기물 처리 업체를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비쌉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주민센터나 구청 홈페이지에서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발급받아 버리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가전제품은 '1599-0903' (폐가전 무상방문수거 서비스)을 이용하면 무료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9. 주방 이모님, 비용 절약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짐이 2톤 이하로 적다면 주방 이모님 없이 진행해도 괜찮지만, 그 이상이라면 신중히 고민해야 합니다. 주방 전문 인력은 단순히 그릇만 포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포장재를 정리하고, 박스를 해체하며, 쓰레기를 분리하는 등 전체적인 이사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한 사람이 없으면 그 모든 잡무를 남자 작업자들이 하게 되어 이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이는 결국 전체적인 이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