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준비하다 보면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비용은 적절한지, 문제가 생기면 보상은 받을 수 있는지 등 수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현장에서 고객들과 직접 상담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이사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6가지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1. 4일 전 이사 취소 통보, 왜 90만 원짜리 안산-목포 이사는 위험했을까?
최근 한 고객이 "이사업체가 이사 4일 전에 못 하겠다고 연락 왔는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라며 다급하게 문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계약 내용은 안산에서 목포까지 2.5톤 포장이사를 90만 원에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이사업체는 계약금만 돌려주면 4일 전 취소에 대해 별도의 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업체는 왜 취소했을까요? 이유는 명백합니다.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 때문입니다. 장거리 이사에, 특히 명절(추석)을 앞둔 시점이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고객과 계약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견적은 '미끼'일 수 있습니다. 당장 저렴해 보여도, 이사 직전 일방적인 취소를 당하거나 현장에서 부당한 추가 요금을 요구받을 위험이 훨씬 큽니다. 결국 고객은 급하게 다른 업체를 알아보느라 훨씬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습니다.
2. 창틀 파손, 수리비 전액 보상받을 수 있을까? (사용연수 개념)
"이사업체가 창틀을 파손했는데, 보상이 제대로 안 돼요"라는 불만도 흔한 상담 내용 중 하나입니다. 이때 알아야 할 중요한 개념이 바로 '사용연수' 입니다.
모든 물품에는 내용연수, 즉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수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의 사용연수는 보통 7년으로 봅니다. 만약 8년 된 냉장고가 파손되었다면, 법적으로 배상받을 금액은 '0원'에 가까워집니다. 마찬가지로,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의 창틀이 파손되었다면 이미 사용연수를 훨씬 초과했기에 법적 배상 금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경력이 많고 꼼꼼한 업체는 노후된 창틀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파손 시 도의적 책임을 지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법적 기준을 알고 있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고 현실적인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3. '도배만 하고 입주'가 최악의 선택인 이유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배만 하고 청소 없이 바로 입주할게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사 후 더 큰 골칫거리를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도배 과정에서 풀물은 반드시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도배 업체가 이를 완벽하게 닦아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삿짐을 옮기면, 수많은 발자국 아래 풀물과 먼지가 엉겨 붙어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몇 시간이 지나 딱딱하게 굳은 풀 자국은 일반적인 청소로는 지우기 매우 힘듭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도배 → 입주 청소 → 이사' 순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사업체와 협의하여 최소한의 '약식 청소'라도 진행한 뒤 짐을 들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4. 장거리 이사, 주말/월말 비용이 비싼 진짜 이유
"장거리 이사, 평일과 주말 가격 차이가 큰가요?", "월말은 왜 비싼가요?" 이 역시 단골 질문입니다.
- 주말/휴가철 교통체증: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장거리 이사의 경우,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이동 시간이 평일 대비 1.5배 이상 늘어납니다. 늘어난 시간은 고스란히 유류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 월말 수요 집중: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 카드값 결제일, 월급날 등이 월말에 몰려있습니다. 이는 이사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사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월중순(10일20일 사이)의 평일(월목) 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5. 태풍 오는 날 이사, 사다리차보다 엘리베이터가 안전하다
태풍이나 강풍이 부는 날, 이사를 그대로 진행해도 될지 걱정이 많으십니다. 비가 오는 것은 짐이 젖지 않도록 보양 작업을 철저히 하면 되지만, 바람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강한 바람이 불면 사다리차는 크게 흔들리고, 심한 경우 짐이 떨어져 아래에 있는 차량이나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책임감 있는 업체라면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다리차 작업을 강행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객과 상의하여 인력을 추가하고 엘리베이터로 작업을 전환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6. 포장이사,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분명 계약서에는 없던 추가 비용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는 대부분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보다 늘어난 짐: 견적 시 확인되지 않았던 짐이 많아 추가 인력이나 차량이 필요할 때
- 작업 시간 초과: 짐이 너무 많거나 작업 환경이 나빠 정해진 시간을 크게 초과했을 때
- 입주 지연: 새집의 잔금 처리나 청소 문제로 장시간 대기하게 될 때
이러한 분쟁을 막기 위해, 견적 단계에서부터 짐 목록과 작업 조건을 최대한 정확하게 알리고,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해 업체와 미리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