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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꿀팁
이삿짐 파손 보상, ‘새 제품 가격’으로 받지 못하는 이유 (보험 처리 A to Z)
2025.09.01

이사 후 새로 산 세탁기나 냉장고에 흠집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새것으로 교체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이삿짐 파손 보상은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사 보험을 자동차 보험과 비슷할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 보상 기준과 절차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사 업체 대표로서, 소비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이삿짐 파손 보상의 현실과,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1. 가장 큰 오해, '감가상각'을 아시나요?

이삿짐 파손 보상의 핵심은 '감가상각(減價償却)' 개념입니다. 감가상각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반영하는 회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손해배상 법규는 이 기준을 따릅니다.

쉽게 말해, 파손된 물품의 '현재 가치' 를 기준으로 최대 보상 금액이 정해지는 것이지, '새 제품 구입 가격'을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 예시: 200만 원짜리 세탁기 파손 시 보상금
    세탁기의 법적 사용 가능 기간(내용연수)은 5년입니다.
    • 구매 후 1년 사용: 1년 치 감가상각(40만 원)을 제외한 최대 160만 원 내에서 수리비 또는 보상금이 책정됩니다.
    • 구매 후 5년 사용: 내용연수가 다 되었으므로, 제품의 잔존 가치는 0원으로 계산됩니다. 보관만 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같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얼마에 팔 수 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주요 가전/가구의 내용연수는 다음과 같으며, 인터넷에서 '내용연수' 또는 '감가상각'으로 검색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침대: 8년
  • 에어컨, 냉장고, 식탁: 7년
  • 세탁기: 5년

2. 이사 보험으로도 처리 안 되는 물품이 있다?

모든 물품이 이사 보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품목들은 정식 보험에 가입된 업체라도 파손 시 보상이 어려우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고가 귀중품: 금, 유가증권, 현금 등
  • 파손 위험이 높은 물품: 유리 제품, 액자, 도자기 등
  • 전문 기사 설치/해체 품목: 벽걸이 TV, 에어컨,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등 (제조사 전문 이전 설치 서비스 이용 권장)
  • 보관이사 화물: 보관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험 처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이사를 망치지 않기 위한 5가지 필수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중한 내 짐을 지키고, 만일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계약 전과 이사 당일, 이 5가지만은 반드시 확인하세요.

1. 정식 허가 업체인지 확인하기
무허가 업체는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사업체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지의 시/구청 대중교통과에 문의하면 정식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진짜 이사 보험' 가입 여부 확인하기
이사 보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 적재물 배상책임보험: kg당 얼마로 계산하는 저렴한 화물 보험. 고객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 이사화물 배상책임보험: 품목별 가치를 따져 보상하는 '진짜' 이사 보험입니다. 계약 전, 보험증서 사진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제대로 된 업체라면 당연히 보내줍니다.

3. 계약서에 '파손 시 배상' 문구 기입하기
"소중한 가구는 특별히 신경 써서 포장해주시고, 파손 시 책임지고 배상한다"는 내용을 구두로만 약속받지 말고, 계약서 특약 사항에 명확하게 기입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이것만으로도 작업자들이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4. 이사 전 '기존 흠집'을 함께 확인하기
작업 시작 전, 이사업체 직원과 함께 주요 가구나 가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냉장고 뒷면, 침대 프레임 안쪽처럼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곳의 흠집을 미리 파악하고 공유하면, 이사 후 책임 소재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5. 이사 직후 꼼꼼히 확인하고, 문제는 14일 이내에 알려야 합니다
이사가 끝난 후 짐 정리를 하다가 파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법상 이삿날로부터 14일이 지나면 어떤 보험으로도 보상받을 권리가 소멸됩니다. 이사 후 힘들더라도 하루 이틀 내에는 모든 짐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알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이삿짐 파손으로 인한 분쟁의 90%는 막을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꼭 숙지하여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이사를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