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업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모든 파손은 알아서 보상해주겠지?"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업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처리를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사 보험의 보상 예외 항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비자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1. 이사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것들 (예외 품목)
이삿짐 보험은 만능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품목들은 파손되거나 분실되어도 보험 처리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가전제품 (설치/해체 시 파손): 에어컨, 벽걸이 TV, 정수기, 드럼 세탁기 등 전문 기사의 분리 및 설치가 필요한 품목이 대표적입니다. 이사 업체 직원이 이를 다루다 발생한 사고는 보상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가의 신형 가전은 해당 브랜드의 이전 설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물품: 직접 쓴 원고, 설계도, 서류, 사진, 편지 등은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워 보상 대상이 아닙니다.
고가의 수집품 및 귀중품: 피규어, 골동품, 고가의 도자기, 미술 작품 등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지만, 그 가치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기 쉬워 보험 처리가 불가합니다. 현금, 수표, 유가증권, 귀금속(금, 다이아몬드) 역시 분실 시 증명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합니다.
특수 화물: 인화성 물질(유류)이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품 등은 일반 이삿짐 보험의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2. 보험 처리가 안 되는 상황들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손해 역시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분실 및 도난: "신발 5켤레 중 1켤레가 없어졌어요"와 같은 분실은 고의성이나 과실을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어 보험 처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관이사 중 발생한 변질: 창고에 짐을 장기간 보관하는 '보관이사'의 경우, 보관 기간 동안 발생한 곰팡이나 해충으로 인한 오염, 습기로 인한 변질 등은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이사 완료 후 14일이 지난 뒤의 손해배상 청구: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사가 끝난 지 2주(14일)가 지나서 파손을 발견하고 배상을 요구하면 보험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이사가 끝나면 최대한 빨리 짐을 정리하며 파손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3. 보험 가입 업체가 보험 처리를 꺼리는 진짜 이유
내 짐을 파손한 업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도 현금으로 일부만 보상해주겠다거나, 처리를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보험과 다른 이삿짐 보험의 구조 때문입니다.
높은 자기부담금: 이사업체는 보험 처리 시 한 건당 보통 50만 원의 '자기부담금'을 보험사에 내야 합니다. 만약 고객의 수리비가 30만 원이라면, 업체 입장에서는 50만 원의 자기부담금을 내고 보험 처리를 하느니, 그냥 30만 원을 현금으로 물어주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다음 해 보험료 인상: 보험 처리 이력이 많아지면 다음 해에 내야 할 보험료가 크게 오릅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웬만한 손해는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비자를 위한 현명한 대처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요?
사전 예방이 최선입니다: 앞서 언급된 보상 불가 품목(귀중품, 현금, 고가 수집품, 중요 서류 등)은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별도로 챙겨 직접 운반하세요.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세요: 이사 전, 고가의 가구나 가전제품의 상태를 여러 각도에서 사진으로 찍어두세요. 파손 시 분명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이사 직후 바로 확인하세요: 이사가 끝나면 최소 2~3일 내에 모든 박스를 열어 파손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즉시 사진을 찍어 업체에 알려야 합니다. 14일이 지나면 어떤 보상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이삿짐 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보험의 특징을 미리 이해하고, 스스로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분쟁 없이 만족스러운 이사를 마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